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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에 걸쳐 글또의 다섯번의 기수를 거쳤다. 항상 끝을 어려워하지만 이번 만큼은 제대로 안녕을 적어야하지 않을까.

    성윤님이 예고하셨듯이 글또는 10기로 마무리되지만, 글또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또 무언가가 시작하지 않을까. 글또에서 만난 수십명의 인연들과 친구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사회에서 만날 수 있던 가장 무해하고 개발 좋아하는 사람들을.

    계기

    글또를 시작한 계기와 다섯 기수째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글또에 지원했던 6기 다짐글을 보면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또에 지원했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글 쓰는 게 좋다. 나이와 연차가 들어가면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고민에 이전 만큼 자주 쓰진 못했지만, 글또가 있기에 꾸준히 글을 발행할 수 있었고 덕분에 글쓰기 자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거의 허물을 수 있었다. 꾸준히 무언갈 한다는게 꼭 대단한 실력을 보장하진 않지만 쉽게 놓지 않을 단단한 의지를 갖게 해준다. 글또는 끝났지만 여전히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갈 것이란 확신과 의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거면 됐다.

    비단 글 쓰는 것만이 글또를 지속하게 된 계기는 아니었다. 여기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개발 인생을 개척해나갔다. 부딪히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글또라는 테두리 에서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자신의 바운드를 확장해 나가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변화하고 싶으면 환경을 바꾸라는 말, 글또라는 환경이 나에게 그 환경이었다.

    이번 기수도 어김없이 모든 회차의 글을 제출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개근(?)으로 글만 제출하고 큐레이션에 선정되지 못한 것에 굉장히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기수에선 감사하게도 3개의 글이 선정됐다. 내가 대단히 잘 썼다기 보다 읽어주신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12월 중순부터 새 회사로 출근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부터는 글을 생각보다 많이 발행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새롭게 배우고 정리하고 싶은 내용은 많았지만 막상 글로 풀어 쓰려니 생각대로 되지 않아 엎었던 경우도 많다. 글또를 5번이나 했지만 내공은 좀 더 쌓아야겠다.

    글 제출 목록 (16건 발행)

    • 테크 블로그 모아보기 개발 기록 (1)
    • 테크 블로그 모아보기 개발 기록 (2) : Go 언어와 서버리스 프레임워크
    • Raft 합의 알고리즘
    • [MySQL] 인덱스가 B+Tree 를 선택한 이유
    • 네 번째 회사에 이르기 까지
    • defer 파헤치기
    • 더 똑똑한 기술 블로그 운영하기 (feat. 카일스쿨)
    • [Go] Pointer 쉽게 이해해보자
    • 카나리 배포 : 비율 설정하면서 배운 것
    • [Go] Ellipsis 의 활용과 주의사항
    • Docker 컨테이너가 sigterm signal을 못받은 이유
    • Visitor Pattern 을 아시나요?
    • gRPC 의문과 해답
    • 오픈소스 컨트리뷰트 첫 시도 과정
    • 백엔드의 눈물나는 블꾸
    • 변경되지 않는 이미지, CloudFront가 수상하다

    매 기수 회고마다 고민하는 포인트지만 내 글의 영양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쓸 글은 다음의 2가지 기준을 토대로 작성하고 싶다. 다른 개발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썼는가, AI 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썼는가.


    사람

    글또를 하면서 얻은 것은 3 가지 친구, , 술 친구. (그리고 약간의 개발 지식)

    이번 기수 공식 커피챗 횟수는 32번, 그 외에 커피챗 인증을 하지 않은 수 많은 만남 까지 더하면 50번이 넘는 만남을 가졌다. 얻어가는 것도 많았고 재밌는 일도 많았다. 학교 동문들을 만나 모임을 가졌고, 첫 직장 사수였던 친구와 재회하기도 했다. 커피챗에서 서먹하게 인사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술 마실 때마다 서로에게 전화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글또에서 보낸 시간 동안 본의아니게 2번의 휴직기를 가졌는데 그럴 때 마다 커피챗에서 만나는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 힘을 얻기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기도 했다. 각자의 스토리로 내게 울림을 주신 분들께 여기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글또를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글또는 성장의 둥지이자 심리적 보금자리였다. 글또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과 활동 덕분에 여러 좋은 일이 생겼고 삶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난 사람과 경험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민들레 홀씨가 떨어져 만나는, 계산도 안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만난 우리를 인연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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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또가 한달 정도 남은 시점에 이 모든게 무슨 소용인가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지지 않을까, 당장 2,3년만 지나도 이곳에서 경험한 일들을 모두 잊고 또 바쁜 현실에 치여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우울했다. 시절 인연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회의 가득한 말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작은 민들레 홀씨가 알려준 진리 아닐까. 이 인연들 덕분에 행복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그 행복은 사실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무엇에 만족감을 느끼고 누구와 있을 때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지, 내일의 출근이 두려워도 당장 이 사람들과 함께 노는게 즐겁다면, 그건 그것대로 행복한 삶이란걸 배웠다. 글또가 내게 가르쳐 준건 단순한 글쓰기 뿐만이 아니었음을, 글또를 보내면서 이제야 깨닫는다.